업무/민사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데.. 위약금을 더 내라고?

홍승권 변호사 2025. 12. 3. 15:07

이 문제는 계약금과 위약금(위약 계약금)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새로 하고 들어가야 한다.
보통은 이 둘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는 일반적으로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을 몰수하고,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위약금으로 상환한다"라는 약정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이 둘은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위와 같은 약정이 있어야 계약금이 곧 위약금으로 해석될 수 있는 거다.
이제 아래 사례를 보자.



1. 위약금을 더 내라고?


갑은 을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매매 대금은 총 5억이고, 이중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납부했다.
이후 더 좋은 조건의 아파트를 발견하여 1,000만 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려 한다.
그런데 을이 말하길, 계약을 해제하려면 4,000만 원을 더 내라고 한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일까? 계약금이 1,000만 원이라더니?!

가능하다.
갑과 을의 매매 계약서에는 계약금이 5,000만 원으로 되어 있으니까.
위약금 특약도 당연히 있고 말이지.
즉 갑이 처음에 계약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납부한 것은 계약금의 일부만을 납부한 것이다.
그렇다면 갑이 납부한 1,000만 원은 어떤 효력이 있는 걸까?



2. 갑이 1,000만 원을 납부한 것의 효력


계약에서는 계약서가 기본이다.
물론 계약서와 다른 당사자의 의사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갑과 을 사이의 아파트 매매계약의 계약금은 5,000만 원으로 생각해야 한다.

판례는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약정된 계약금을 전부 현실로 지급했어야 하므로,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된 상황에서는 당사자는 임의로 주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만약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갑이 1,000만 원만 지급한 상황에서는 계약금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이 되고, 갑은 1,000만 원을 포기한다고 하여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만약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해도 을의 주장처럼 4,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여 총 5,000만 원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3.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갑은 계약을 하기 전에 계약금이 얼마로 약정되어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막상 부동산 거래를 하다 보면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계약을 빨리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아직 계약금 전액을 납부할 정도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좋은 매물이 나왔는데 지금 여건이 안 된다고 무조건 포기할 수 있겠는가.
자산에서 부동산이 얼마나 중요한데.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갑을 이해한다.
그럴 경우 가계약이라고 계약금의 일부만을 미리 납부하길 권하는 경우도 많은데.. 법적으로는 크게 권할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유용할 때도 있다.

일단 제일 좋은 방법은 합의를 하는 거다.
계약금이 얼마 건, 계약서가 어떻든, 당사자가 합의해서 계약을 해제한다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이미 납부한 1,000만 원을 포기하겠다고 협상하는 경우 의외로 해제가 무리 없이 되는 경우들이 있다. 매물이 썩 나쁘지 않은 경우라면 매도인으로서도 딱히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갑은 자신이 납부한 1,000만 원이 계약금의 전부라고 주장해 볼 수 있다.
계약서에 5,000만 원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보통 매매 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하는 관행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낮지만, 당사자 간에 다른 의사가 있었다는 걸 증명할 무언가가 있으면 가능은 하다.
을이나 중개인이 계약금 1,000만 원이라고 말한 녹음 파일 같은 것들.
그런데 아마 없겠지.

그다음으로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아파트 자체에 다른 하자가 있거나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잘못이 있지 않는 한 해제는 쉽지 않다.
물론 4,000만 원을 더 주면 되지만.. 아까우니까.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계약서를 갖추고 그에 따라 행동한 을에게 잘못은 없다.
오히려 계약서를 잘 살펴보지 않고 1,000만 원을 입금한 갑이 성급했던 것이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알고 있다.
맞벌이로 열심히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사서 조금씩 재산을 불려 나가려는 갑이 어떤 마음으로 1,000만 원을 입금하였는지를.
만약 아파트값이 올랐다면 을이 먼저 1,000만 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하자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갑의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매도인과 잘 합의를 해보시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한 선택을 하셔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한다.
4,000만 원은 작은 돈이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