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위와 같은 상담을 할 때면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별문제 없겠군 다행이야‘ 하는 마음과 무언가 착잡한 마음이다.
30년 전에 빌려준 돈을 달라고 할 정도니 적지 않은 돈일 테고, 30년 전에 그런 돈을 빌려줬다면 분명 좋은 친구일 테니까.
법리적으로는 간단한 일이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 주제를 선택했다.
1. 30년 전에 빌린 돈을 갚아야 하나?
30년 전이라는 것에서 소멸시효라는 것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다.
소멸시효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며, 민법에 규정되어 있다.
즉 내가 돈을 빌려줘서 그것을 받을 권리가 있더라도, 오랜 시간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그 권리가 소멸한다.
소멸시효에는 저마다 기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10년이다.
이 사안에서는 30년 전에 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진작에 소멸시효가 지나서 권리가 소멸하였다.
그러므로 돈을 줄 필요가 없다.
2.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어도 주의할 점이 있다.
30년은 긴 세월이다.
그 안에 혹시 내가 돈을 빌린 것을 인정하고 일부를 갚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멸시효의 이익은 채무자가 완성 후에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인 점은 최근에 판례가 시효이익의 포기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채무자가 일부라도 채무를 갚았더라도 이를 자동으로 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다(대판 2023다 240299 판결)
채무자가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걸 알았다면 돈을 갚았겠는가?
그런 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살펴볼 점은 소멸시효의 중단이다.
민법 제168조는 소멸시효 중단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지금 중요한 것은 승인이다.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다가 "그래 나중에 갚을게"라고 해버리면 그게 승인이다.
승인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하여야 하므로 초반 10년 동안에 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20년도 더 전인데 기록이 남아 있을까?
현실적으로 문제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볼 문제
예전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웃 간에 그만큼 가깝게 지내고 친하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더 서로 간의 믿음과 정을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았다.
어느 정도의 친분이 있으면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같은 사례도 생각보다 흔하다.
나는 당연히 의뢰인들에게 법적으로 줄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의뢰인들은 대부분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마냥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친분으로 큰돈을 주고받았던 친구 사이가, 세월과 현실의 벽 앞에 멀어졌기 때문일까.
어쩌면 돈을 갚는 것으로 그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내가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늘 내 조언이 의뢰인들에게 최상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이 문제의 답은 나를 항상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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